1월 21일 사리셀카, 22~23일 킬로파 (+오로라)

TRAVEL/18 북유럽, 발리 2018. 2. 6. 21:50    Print Friendly Version of this pagePrint Get a PDF version of this webpagePDF

2018.1.21(일) 킬로파 - 사리셀카


아침 8시에 일어난다. 난방이 잘 안되는 듯 하지만 잘 잤다. 8시 40분에 아침먹으러 간다. 첫날인데도 역시 계속 이런 조식을 먹다보니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워낙 잘 먹이는 스웨덴에서 와서 음식이 평범하게 느껴진다. 딸기 끓인 것과 과일을 중심으로 빵과 햄 등을 먹는다. 달걀은 챙긴다. 나중에 먹으면 맛있다.

숙소에 와서 잠시 자다가 10시 25분 스키버스를 겨우 탄다. 사리셀카 라플란드 호텔에 내려서 길 옆의 썰매 2개를 들고 다시 스키버스를 탄다. 정상의 날씨가 괜찮다. 처음에는 남편이 윗 구간에서 나는 아래 구간에서 한번씩 멈춘다. 그래도 잘 내려온다. 늘 처음에는 약간 중심을 못 잡는다. 속도가 빠를 때 미리 손으로 잘 제어를 해야 한다. 가장자리에 쳐박히면 눈 폭탄이 온 몸에 쏟아진다. 오늘은 영하 11도다. 버스를 타고 2번째 오른다. 이때부터는 일사천리로 내려온다. 눈 맞은 목도리가 그대로 언다. 몽골 장갑 사이사이에 눈이 박혀서 얼기 전에 잘 털어야 한다. 손으로 조절하며 내려오면 편하다. 발로 잡으면 얼굴에 눈 폭탄을 맞는다. 그래도 상급자 썰매 코스는 경사와 커브가 심해서 두렵다. 하급은 너무 평평해서 자주 걷거나 멈춰야 한다. 스키 버스도 점심 시간이라 간격이 있다. 그 시간 동안은 걸어서 중턱까지 올라가서 다시 반복해서 탄다. 

3번째 올라갔을 때는 정상의 식당이자 카페에 들어간다. 뷔페가 맛이 없어 보인다. 커피라도 마실까 하다가 화장실만 들르고 몸을 녹인 후 다시 내려간다. 빠르다. 이제 남편이 손이 얼기 시작 한단다. 계속 비디오를 조작하여 누르고 머리에 쓰고 내려 오느라 그렇다. 

잠깐 가게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다시 4번째로 오른다. 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더 춥다. 얼른 내려가야 한다. 빨리 내려오면 1.2킬로가 5분 걸린다. 마지막도 쏜살같이 내려온다. 타는 동안은 정신을 바짝 차려서인지  생각보다 별로 안춥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정신없이 타게 된다. 우리 같은 사람이 좀 있지만 스키 버스를 4번 타고 정상에 가는 사람은 없다. 2시 40분에 일정을 끝낸다. 오늘은 버스에서 커피와 약간의 조각빵을 먹은 것이 점심의 전부다. 아침을 잘 먹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배가 별로 안고프다. 벌써 날도 어둑해지고 점점 추워진다. 장을 보고 4시 10분에 마지막 버스를 타야 한다. 

걸어서 K마트에 간다. 워낙 물가가 센 나라들을 다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기가 싸다. 과일도 할인을 한다. 바나나, 사과, 오렌지 등을 왕창 샀다. 남편이 소시지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옆의 할아버지가 자세히 먹는 법을 설명해줘서 생소시지를 산다. 야채스프에 짜서 방울 방울 떨궈 넣는단다. 맛있다고 하신다. 순록 고기 덩어리도 그냥 먹어도 되냐니까 그렇단다. 훈제라 역시 아주 맛있다고 하신다. 그래서 작년에 비싸다고 엄두도 못낸 순록 하몽과 소시지도 산다. 각종 물건들과 기념품을 오래 본다. 차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한다. 물건 값이 오지인데도 합리적이다. 사리셀카 주민 가격이다. 빵은 동이 났다. 이곳 관광객 수에 대비하여 파는 빵이 적다. 주민들이 좀 힘들겠다.

버스를 타고 와서 쌀밥을 하고 고등어와 순록 등으로 밥을 먹는다. 남편이 오랜 만에 제대로 된 밥을 해서 정신없이 많이 먹는다. 숭늉도 먹었다. 하몽은 짜지만 순록향이 은근히 난다. 괜찮다. 고등어는 완전 프리미엄 급으로 맛이 있다. 연어 저리가라 맛있다. 이제 눈이 감기고 졸립다. 오로라 지수는 높은데 하늘이 흐려있다. 남편이 나가본다. 

TV를 본다. 스키 점프도 본다. 북쪽이라 동계스포츠 관련이 많다. 대선 후보 토론을 한다. 8명 중 3명이 여성이다. 검색해보니 2012년 결선 투표에서 2위한 후보가 게이인데 이번에도 나왔다. 녹색당 후보다. 현재 에콰도르 남성과 살고 있다고 한다.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다.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표정이나 눈 깜박임 등으로 흥미롭게 지켜 보았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남성 후보들은 나이가 들었고 여성들은 30~40대로 보인다. 남편은 한참 있다가 들어온다. 별이 보인다니 늦은 밤에 다시 나가야 한다. 방울 방울 떨궈 넣는 생소시지를 마늘 넣고 어묵 스프에 끓였다. 맵고 아주 맛있다. 남편이 쌀국수를 넣자고 해서 맛있게 먹는다. 얼결에 하루 세끼를 먹은 셈이다. 과일도 풍족하고 살 만하다. 방이 건조해서 옷들을 빨아  곳곻에 넌다. 샤워하니 훨씬 몸이 좋다. 밤 12시에 밖에 나가 본다. 역시 구름이 많고 바람이 분다. 12시 넘어서 잔다.

스키 버스 5*2=10, K마트 60(순록 하몽 20,  니신 컵라면 2, 바나나 3, 끓임 소세지 4, 순록소시지 6, 사과 1.5, 맥주 2.6 등)


2018.1.22(월) 킬로파


오늘은 남편 생일이다. 아침 7시 반에 일어나 타르야 할로넨 대통령 얘기를 읽는다. 그런 대통령이 12년이나 하다니 멋진 나라다. 아침 기온이 영하 18도다. 8시 반에 밥먹으러 간다. 콧 속이 싸하고 다리가 서늘하다. 오늘은 음식이 약간 바뀌었다. 우리 자리의 앞 식탁에 킬로파 펠 센터 직원들이 식사를 한다. 나를 유심히 쳐다 보는 분이 있다. 머리카락이 별로 없으신 여자 분인데 나도 헬레나 아줌마가 아닌지 유심히 봤다. 늘 모자를 쓴 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아닌 듯 하다. 스키 강습 교사와 직원란에는 아줌마 이름이 없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다. 어제는 오로라 지수가 4 까지 되었지만 구름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숙소에 왔다가 9시 40분에 완전 중무장을 하고 나간다. 양말을 세 개나  신었다. 스키 대여하는 곳 앞에 헬레나 아줌마가 서 있다. 반가워서 인사를 하니 안 그래도 식당에서 나를 유심히 봤었단다. 그 분이 아줌마였다. 다시 만나서 너무나 반갑다. 신과 스키를 3일 동안 빌린다. 신은 숙소에 두고 칵슬라우타넨 호텔 가는 길 쪽으로 간다. 언덕에 가서 연습을 하고 감을 잡아야 한다. 처음에는 약간 힘이 든다. 금방 괜찮다. 안경에 김이 서려서 얼어버린다. 자주 벗어서 닦아보지만 금방 또 서린다. 작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너무 추워서 그런가 보다. 안개 속에 있는 듯 답답하다. 별 방법을 다 써도 안 된다. 게다가 발이 아주 차다. 열심히 간다. 드디어 언덕이다. 그런데 언덕을 오르기가 쉽지 않다. 자꾸 뒤로 미끄러진다. 앞의 아저씨는 잘 오르는데 말이다. 작년에는 나도 잘 갔었다. 레일을 벗어나 가운데 길로 낑낑거리며 오른다. 내려가기는 참 쉽다. 금방 간다. 두 번째는 좀 낫다. 세 번째는 무리없이 레일로도 잘 올라간다. 

적응을 위한 연습을 마친다. 남편이 숙소로 가자고 한다. 얼굴이 꽁꽁 얼어서 목도리로 뺨을 칭칭 감는다. 나는 아예 나온 김에 해가 환할 때 아호파 산에 가자고 한다. 남편은 추우니까 일단 가서 뭘 먹자고 한다. 헬레나 아줌마가 열심히 초급 강습 중이다. 오늘은 강습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숙소에 와서 건조대에 옷들을 다 넣는다. 냉장고와 건조대가 방 바로 앞에 있어서 편하다. 

12시에 방에 들어온다. 발이 동상에 걸리려고 찡하다. 얼얼하고 감각이 없다. 양쪽 엄지와 둘째 발가락의 색이 하얗다. 오일로 계속 문질렀다. 무리하게 양말 세 개를 신을 게 아니다. 공간을 줘서 발가락을 계속 움직였어야 한다. 방울 소시지와 쌀면을 먹고 밥도 말아서 순록 하몽과 먹는다. 좀 쉰다. 훨씬 낫다. 땀이 나서 쉽게 속옷이 젖어 버리기 때문에 윗도리는 덜 입는다. 수면 양말과 면 양말도 2개만 신는다. 얼굴이 얼어서 복면을 쓴다. 건조대의 옷이 너무나 따끈하고 입기에 좋다. 아예 김이 서리는 안경을 벗고 스키를 탄다. 레일만 보고 가면 된다. 

1시에 중급자 코스인 아호파 산을 오른다. 그런데 남편이 키를 문에 꽂아 두고 와서 혼자 다시 숙소로 간다. 나는 추워서 몸을 계속 움직이려고 먼저 슬슬 가고 있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편과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안되겠다. 다시 입구까지 슬슬 내려와 기다린다. 이 산은 내려올 때 완전 내리막이다.  입구 내리막에서는 레일이 사라져서 넘어진다. 다시 같이 산을 계속 오른다. 제법 완만해서 꾸준히 가면 된다. 킬로파처럼 가파르지 않다. 발가락을 계속 꼼지락거리며 얼지 않도록 한다. 통증이 생기는 발가락에 더 집중한다. 양말 하나를 덜 신으니까 여유 공간이 생겨서 낫다. 조금 오르면 아래가 다 보인다. 나무가 적은 평원같은 지형이 나온다. 광활한 공간에 눈이 쌓여 있다. 해가 저문다. 무척 아름답다. 조금만 올라가도 멋진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오를 만하다. 정상 쪽에 간다. 멀리 사리셀카와 우리가 눈썰매를 탄 곳과 스키장이 보인다. 날씨가 참 좋다. 물론 영하 22도가 되었다. 

더 내려가면 하산하는 길이다. 반대편 아래로 쭉 가버릴 거다. 멈추고 되돌아 간다. 온전히 우리 밖에 없다. 모든 풍경이 참 멋졌다. 내려가는 길은 아주 쉽다. 하지만 점점 가속이 붙어서 넘어진다. 남편보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남편이 앞에 있으면 부딪치게 될까봐 남편한테 빨리 비키라고 한다. 커브에서도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또 넘어졌다. 불과 15분 만에 다 내려온다. 물론 마지막 레일이 사라지는 곳에서 우리 둘 다 차례로 넘어진다. 레일이 없으면 중심 잡기 어렵다. 남편이 발이 춥다고 울 양말을 사러 미니마트에 가 보았다. 이 사람들은 각자 준비를 잘 해 오는지 없다. 2시 반에 오후 일정이 끝났다. 이제 킬로파 주변 코스는 다 갔다. 내일 스키 클래스는 초급자가 아닌 사람이 참가해야 하며 10~12킬로를 가야 한다. 아직 신청자는 없다. 가면 괜히 선생님에게 민폐가 안 될지 걱정이다. 남편은 발이 추운 것이 제일 문제라고 한다. 숙소에서 순록 소시지와 과일을 먹는다. 방에서 먹으니 따끈해서 좋다. 킬로파에서는 히말라야처럼 돈 쓸 일이 거의 없다. 별일 없으면 TV를 보게 된다. 영어가 나오는 방송이 그나마 반갑다. 좀 쉬어야 오늘 오로라를 보러 갈 수 있다. 남편은 좀 잔다. 

연어밥을 먹고 6시 반에 일루미네이티드 로드로 다시 스키타러 간다. 밤에도 불을 밝혀서 야간 스키를 탈 수 있다. 역시 안경이 아주 뿌옇고 안보인다. 밤이라 벗으면 더 침침하고 난감하다. 그래도 계속 가 본다. 레슨 받는 곳 근처에서 북쪽 하늘에 오로라가 무지개 띠처럼 보인다. 너무 이른 시간인데 웬일인가 싶다. 스키를 포기하고 신발로 바꿔신고 오로라를 찍어야 한다. 숙소에 갔다가 나온다. 늘 가던 킬로파산 쪽 불빛이 없는 곳에 간다. 가는 달이 떠 있는데도 오로라가 밝다. 굵은 용같은 오로라가 장관이다. 남편 생일인데 훌륭한 선물이다. 작년에 본 것과 또 다르다. 오로라는 늘 모양이 달라서 볼 때마다 신기하다. 늘 새롭다. 그런데 엉덩이가 너무 춥다. 영하 24~25도 정도 된다. 남편은 발이 춥단다. 약간 희미해져서 내려간다. 숙소에서 너구리를 끓이다 방 불을 꺼 본다. 창밖에 오로라가 쫙 펼쳐진다. 또 진해졌다. 방안에서 오로라가 보이다니 무슨 호사인가. 남편은 방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늘 높이 더 굵게 보여서 라면은 그대로 놓은 채 나갈 준비를 한다. 이번에는 안경에 샴푸를 발라서 씻었다. 

숙소 뒤로 나간다. 제법 찍을 만 하다. 다시 들어와서 불은 라면을 먹는다. 그래도 아직 따뜻하다. 맛있다. 이번에는 엉덩이에 울모자 두개와 핫팩을 넣고 단단하게 싸매고 나간다. 남편도 손과 발에 핫팩을 넣었다. 비로소 토끼털 모자와 고어 모자, 울 목도리까지 온갖 장비를 다 쓴다. 킬로파산으로 간다. 오늘은 색이 거의 하얗게 보인다. 가느다란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도 오로라와 별빛 때문에 환하다. 그림자도 없이 밝다. 참 신기하다. 별이 너무나 선명한 밤이다. 이번에는 오로라가 여러 겹 띠로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숙소 쪽으로 붉은 빛의 선들이 하늘을 올라가는 듯 보인다. 샤워 줄기 같다. 오로라는 거의 흩어졌다. 오로라 지수 2.3이다. 숙소에 들어온 시간이 10시 20분이다. 초저녁부터 지금까지가 장관이었다. 내일 10킬로 신청을 못해서 우리끼리 가야 한다. 밤에 눈신 트레킹은 가야겠다. 자야 한다.


2018.1.23(화) 킬로파


아침 8시 반에 밥 먹으러 간다. 영하 20도다. 간밤에 눈이 내려 쌓였다. 지금도 흐리고 눈이 온다. 레일을 만드는 차가 닐란파 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본다. 우렁각시처럼 매일 일찍부터 레일을 만들어 놓는 고마운 차다. 오늘은 피순대가 나왔다. 개성순대처럼 오트밀 종류의 곡류를 넣었다. 짭쪼롬하여 먹을 만하다. 숙소에 와서 잠시 눕는다는 것이 둘 다 11시 까지 잔다. 남편은 발에 핫팩을 넣는다. 신발도 더 큰 것으로 바꿨다. 

다시 아호파 산에 간다. 입구에서 헬레나 아줌마가 초급자들에게 가운뎃 길로 언덕오르기 연습을 시키고 있다. 내가 레일로 오르자 힘들거라고 중앙으로 나오란다. "I can do it!", "I did it yesterday."하며 오른다. 아줌마가 팔힘이 좋다고 하신다. 어제 간 길을 계속 올라간다. 오늘은 이른 시간이라 해가 밝다. 게다가 양 옆에 쌍무지개가 떴다. 멋지다. 신기하게 태양 아래로 굵게 빛의 줄기가 생긴다. 무슨 현상일까.. 아호파산이 다르게 보인다. 역시 정상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온다. 원래 계획은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무지개와 해가 예뻐서 보면서 내려온다. 역시 마지막 언덕에서 둘다 미끄러진다. 레일이 사라지면 제어가 안된다.

1시에 방에 온다. 영하 20도다. 밥을 하고 순록소시지도 사과를 넣어 볶았다. 연어와 순록 하몽을 반찬으로 먹는다. 들어와서 몸을 녹이고 옷을 말려야 다음 활돌이 가능하다. 속옷까지 다 젖는다. 일단 모두 건조기에 넣고 식사를 해야 한다.

2시에 다시 나간다. 닐란파를 오르다가 문득 오늘 밤 눈신 신고 산에 오르기 신청을 안한게 생각났다. 높이 오르면 오로라도 멋질거다. 다시 내려가서 남편이 신청한다. 킬로파산으로 간다. 작년에 오르다가 쩔쩔맨 곳이다. 청년이 계속 가면 언덕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고 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 어려움 없이 계속 잘 가진다. 단지 산바람이 불어 볼과 얼굴이 굉장히 춥다. 남극에 온 것 같다. 손이 얼까 봐 계속 꼼지락거리며 열을 낸다. 눈이 휘날려서 레일이 사라진 곳이 많다. 한참을 간다. 나무 하나 없는 달과 같은 곳이 나타난다. 눈 밖에 없는 언덕이다. 아주 멋지다. 감돌아서 더 계속 가야 하기에 남편이 돌아가자고 한다. 위험한 곳이 없어 보인다. 나는 더 가보고 싶었다. 높은 곳에 와서 날이 더 환해 보이지만 사실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꽤 높이 와서 굽어보는 풍경이 멋지다. 바람에 레일이 사라져서 그립이 되어 심하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내리막이 완만하다. 금방 우리가 오로라 찍으러 걸어오는 곳까지 온다. 등에서 바람이 불어 덜 춥다. 그런데 안경이 계속 뿌옇게 된다. 바람쪽으로 얼굴을 돌리면 약간 사라진다. 마지막 모퉁이를 내려올 때 순간적으로 눈 앞이 안 보여서 안경을 벗어 들었다가 그대로 고꾸라진다. 오른쪽이 깨지며 알이 튕겨져 나갔다. 남편과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디 눈으로 튕겨져 박혔나 보다. 그니마 숙소에 썬글라스가 있어 다행이다. 사고는 순식간이다. 저녁 노을이 아름답다. 4시가 되었다.

숙소에 와서 빵과 버터를 먹는다. 7시 반에 스노우 슈잉하러 간다. 좀 쉬어야겠다. 2시간은 잔 듯 하다. 푹 쉬었다.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 핀란드'를 보기 시작한다. 7시 반 넘어 나간다. 온도계가 영하 20도다. 눈신 신고 8시부터 나간다. 썬글라스를 끼어서 눈이 침침하다. 게다가 그나마 뿌옇게 되어 힘들다. 어쩔 줄을 모르겠다. 이끄는 팀에 헬레나 아줌마도 있다. 아줌마가 달빛 아래 춤을 추며 몸풀기를 하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다. 숙소를 지나 일루미네이티드 로드 쪽으로 걸어간다. 그냥 앞 사람을 따라 계속 가기만 하면 된다. 안경을 쓰면 숨을 고르게 쉬기 힘들다. 금방 뿌옇게 된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오늘은 오로라가 없다. 별들과 은하수만 뚜렷하다.  나중에는 그냥 안경을 벗어버리고 얼굴을 따뜻하게 한다. 숨을 쉬기도 훨씬 좋다. 길을 돌아 더 어두운 곳으로 간다. 한 팀은 푹푹 빠지는 눈밭으로 간다. 우리는 안 그래도 추운데 발이 젖는게 싫다. 그냥 길로 간다. 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깔깔대고 재밌어 한다. 추운데도 다들 참 씩씩하다. 남편은 손과 발이 다 얼어서 힘들어 한다. 나는 늘 엉덩이가 추워서 내복과 울모자 두 개, 핫팩 하나를 넣었다. 아주 멀쩡하고 든든하다. 다만 앞쪽 허벅지가 시리다. 계속 걸어 드디어 한 시간의 눈신 신고 걷기가 끝난다. 신을 반납하고 온다. 공짜로 빌려주기 때문에 더 신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숙소 앞 온도계가 영하 27도가 되었다. 냉동 창고다. 영하의 최하위 상태를 경험했다.

9시 15분에 온다. 방에 와서 밥과 반찬을 먹고 너구리에 쌀면을 넣어 죄다 먹었다. 순록 하몽만 약간 남았다. 핀란드편을 본다. 애들이 귀엽고 재밌다. 둘 다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몸에 로션과 오일을 넉넉히 바른다. 남편은 얼굴이 얼어서 튼 것처럼 벌겋다. 여기서 꽤나 힘들어 한다. 핀란드 편을 더 보다가 자야겠다. 내일 아침 밥을 먹으면 짐을 쌓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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